사실 한문(漢文)은 중국어를 기록하기 위해 개발된 문자다. 한반도에는 오래전부터 일찍 개발되고 보급된 문자가 없던 탓에 한문을 빌려와 한반도의 언어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해 왔었다. 중국어는 동빈구조(動賓構造)로 빈동구조(賓動構造)인 한반도 언어와는 근본이 다르다. 교착어를 고립어로 기록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중국의 한문을 수입해 쓰던 한반도 몽고 일본 대만 등도 이런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하여 자국의 언어를 기록하기 위해 나름의 편리한 방법을 모색하여 '차차' 표기를 발전 시켰왔

초서 해독은 한문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고역 중의 고역이다. 한자의 습득과 한문의 운용에는 최소한(?) 10년 공부가 필요하다. 그것도 설렁설렁 해서는 결코 가능치 않은 일이기에 한문공부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맞다. 한문공부의 어려움을 잘 표현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오로 문학광장에서 옮겨온 글이다. 필자는 '자객행'이나, 2010년 '한국인의 역사'라는 700쪽이 넘는 족보책을 출간한 간단치 않은 분이다.춘천에 한림대 태동연구소가 있지요. 이곳에 석사과정이 재미있습니다. 10명 정도의 소수인원을 뽑아 1

김산은 청주로 강의를 내려가는 도중 강남고속터미널의 한 커피숍에서 메일을 보낸 사람을 만났다. 홍두인(洪頭人)이란 다소 이상한 이름의 사내는 키가 크고 풍체가 좋은 중년이었다. 고급 양복과 넥타이, 구두 그리고 머리 스타일 등이 세련된 사내였다."저를 보려는 이유가 뭐죠?"김산은 홍두인이 내미는 명함을 받아들고 물었다. 명함에는 '홍제연구소' 실장이라 되어 있었다."저의 연구소를 혹시 아시는지요?"홍두인이 반문했다."아뇨, 처음 들어보는데요. 정조임금을 연구하는 곳인가요?""명함은 그렇지만 사실은 정조임금의 유물을 수

차 한잔이 식을 시간이 지나자 김산이 지옥심에게 물었다."김려나 이옥은 한 사람 아니야?""뭐라고?""18세기 문인들 중에 그 두 사람은 동명이인이 아닐까할 정도로 사상과 문학이 비슷하잖아?""그건 아니지. 그 두 사람을 꼭 비교한다면 한 사람은 김동인이고 한 사람은 이상이지."지옥심이 간단하게 정리를 했다. 김산은 18세기 문단의 전문가의 말이기에 허투로 들리지 않았다."김려가 김동인이고 이옥이 이상인가?""낭만주의 문학의 첨병인 김려와 초현실주의 전파자 이옥이니까.""오, 그냥 해보는 소리는 아닐 테고 연구과제로 다듬는 내용인

김산은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지옥심을 만났다. 두 사람 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였다. 찻집은 고서화를 취급하는 골동품상 옆에 있었다."메일 이야기는 뭐야?"지옥심이 김산에게 메일 내용을 물었다."나도 모르겠어. 이상한 메일이라.""연락을 한번 해 보지 그랬어?""아직... 자꾸만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해.""왜 겁나?""그런 건 아니고 하여튼 이상하잖아."김산은 연잎차의 내음을 음미하다 한 모금을 입안에 머금었다. 차향이 입안뿐만 아니라 온 몸을 적시는 듯했다."나는 더 그래. 어둠이 내리면 혼자 다니는 것도 불안하

"자 술 한잔 드시고.""네 형님."김려가 내려주는 술잔을 단숨에 비운 양천봉은 그 잔을 박구에게 주었다. 그 사이에 기녀들이 악단의 반주를 이끌며 권주가를 뽑는다.지화자지화자내려가네내려가네술 잔은 안녕하신가(평안호).-한경사.박구가 말없이 술잔을 받아 마신 후 소매끝으로 술잔을 깨끗하게 닦아 김려에게 올렸다. 김려가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받아 마셨다."뽕밭의 약속도 소중하고 월하노인의 중매도 중하지만 오늘 이자리에서 사내들의 맹서만은 못하지 안그런가 아우?"김려가 한마디를 한 후 박구가 준 술잔을 비웠다."하하하 상중약이라? 형

“갑산 무상입네다."얼굴에 커다란 칼자국이 난 사내가 큰절로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비켜서자 마지막으로 왜소하고 얼굴이 곱상한 사내가 서 있다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박구라 합니다.""오, 그렇소? 말투가 곱구료?"김려가 투박한 북관 사투리 일색인 사람들 속에 근기(경기)지방 말투를 쓰는 사내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받았다. 양천봉이 끼어 들었다."형님, 저 친구가 '한국기'의 제자입니다. 한국기 아시지요?""한국기라면...김한흥을 말하시나?"양천봉이 한국기(韓國碁)를 말했다. '국기'란 &

조선의 북방에서 생겨난 '백련방'은 일종의 '양산박'이라 할 수 있다. 양산박의 출현은 14세기에 나온 소설 '수호전'에서 나온 말로 동양사회에서는 의와 협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계기였다. 이를 시발로 역사를 두고 양산박을 자처한 수많은 무리들이 출몰하며 세상을 혼란시켰지만 기실은 강도나 절도를 일삼는 범죄 집단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조선중기에 출몰, 사회를 혼란 시켰던 장길산이나 임꺽정 등 조선의 양산박 집단의 내실도 비슷한 경우겠다.영정조 시대에 보이는 무뢰배는 두 종류다.하나는 도회

18세기는 혼돈의 시대였다.서세동점의 물결이 중국 일본에 상륙하여 이제까지의 동양적 세계관에 근본적인 질문을 묻는 상황은 조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에도 일군의 선각자들을 중심으로 서세동점의 실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있었고 역사는 그들을 북학파 또는 실학자라 이름 지었다.정조는 이 서세동점을 온몸으로 막아선다. 박지원 박제가 서유구 등 발군의 학자들의 열망했던 자유롭게 사고하고 자유롭게 생각하자는 열린 자각을 불온사상으로 간주하여 억누르고, 국가의 민리 민복은 오직 요순시대의 정신회복에 있다면서 시대의 방향타를 미래가 아

"천봉이 니래 관에 도전을 하나카이?"김명세가 말등에서 뛰어내리며 양천봉에게 물었다. '관부'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병방 소속의 군졸들을 움직일 수 있는 '부령부'의 명령서라 할 수 있었다."관에 도전을 하는 게 아니라 니놈의 수작질을 지적하는 거다."양천봉은 김명세에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호오? 니놈이 관북 무뢰배들의 패두라더니 그 말이 맞는다카이? 그러니?"김명세가 관북무뢰배의 두목으로 양천봉을 몰았다. 부령부는 양천봉을 그렇게 보고 있었다.'흐흐 개가 똥을 먹다가 맛이 없으면 돼지를